바이블 써퍼 Bible Supper | 요한 계시록 13장

개요와 배경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은 제국의 상징 (처음에는 로마, 그다음에는 스스로를 절대화하는 어떤 국가나 이념이든 해당), 짐승의 “치명상이 나았다는” 설정은 부활을 풍자한 것으로, 억압적 권력이 무적처럼 보이게 만드는 선전입니다. 짐승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준(準)종교적 충성을 요구하지만, 그 42개월의 통치는 하나님에 의해 엄격히 제한됩니다. 교회의 소명은 보복이 아니라 인내하며 비폭력적으로 신실하고 진실한 증언을 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스도인들은 정치적·문화적 권력의 신격화를 분별하고 저항하며, 가짜 예배를 거부해야 합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

다니엘 7장을 떠올리게 하는 혼합 짐승(표범·곰·사자)이 나타나고, ‘용(사탄, 11.9)’에게서 권세를 위임받습니다. 이는 로마 제국과 같은 제국적·체제적 폭력의 상징입니다.

내가 본 짐승은 표범과 비슷하고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은데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 13.2

짐승의 머리 하나가 죽은 듯 상했지만 살아난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거짓 ‘부활’—즉 권력의 자기정당화와 선전(프로파간다)—로 읽을 수 있고, 악의 체제가 쓰러지는 듯해도 다시 일어서는 탄력적인 제국 권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의 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더니 그 죽게 되었던 상처가 나으매 온 땅이 놀랍게 여겨 짐승을 따르고 13.2

그러나 짐승의 활동 기간은 정해진 한계(42개월, v.5) 안에 있습니다. 악의 권세는 길어 보이지만 하나님의 주권 아래 제한됩니다.

또 짐승이 과장되고 신성 모독을 말하는 입을 받고 또 마흔두 달 동안 일할 권세를 받으니라 13.5

짐승은 하나님을 모독하고 전 세계적 충성/숭배를 요구합니다. 이는 우상화된 국가·지도자·체제가 종교적 충성을 흉내 내며 빼앗아 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4절에 나오는 찬양은 출애굽기 15장에 홍해를 건넌 후 여호와 하나님을 찬미하는 ‘모세의 노래’의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여호와여 신 중에 주와 같은 자 누구니이까 주와 같이 거룩함에 영광스러우며 찬송할만한 위엄이 있으며 기이한 일을 행하는 자 누구니이까 Who is like you, O Lord, among the gods?Who is like you, majestic in holiness,awesome in glorious deeds, doing wonders? 출애굽기 15.11

교회는 여기에 폭력으로 맞서는 대신 견디며 충성하는 증언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칼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은 비폭력적 제자도와 순교적 충성을 강조합니다.

사로잡힐 자는 사로잡혀 갈 것이요 칼에 죽을 자는 마땅히 칼에 죽을 것이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 13.10

땅에서 올라오는 짐승

땅에서 올라오는 두 번째 짐승은 어린양처럼 보이지만 용처럼 말하는 존재로, 첫째 짐승(제국 권력)을 위해 일하는 ‘종교‧이데올로기적 선전가(거짓 예언자)’를 상징합니다. 겉모습은 온순하지만 실상은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내가 보매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오니 어린 양 같이 두 뿔이 있고 용처럼 말을 하더라 13.11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는 등의 “표적”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쇼입니다. ‘우상’에 생기를 주는 장면은 이미지 메이킹, 선전 장치를 통해 체제에 경배를 강요하는 모습을 그리는 듯합니다. 예수님도 이에 대해 경고하신 바 있습니다.

큰 이적을 행하되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불이 하늘로부터 땅에 내려오게 하고 13.13

그가 권세를 받아 그 짐승의 우상에게 생기를 주어 그 짐승의 우상으로 말하게 하고 13.15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이어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게 하리라For false christs and false prophets will arise and will provide great signs and wonders, so as to mislead, if possible, even the elect. 마태24.24

오른손이나 이마에 받는 표는 우상숭배 체제에의 소속/충성의 표지로 읽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손목과 이마에 붙여 표로 삼으라는 말씀에 직접적으로 대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표가 없으면 사고팔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제국이 경제적인 압박 제재를 통해 하나님보다는 제국과 그 이데올로기를 예배(충성)하게끔 강요하는 방식을 보여 줍니다. 문자적 문신이라기보다 ‘사회적·경제적 ‘소속 인증’과 같은 것으로 이해합니다.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13.17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신명기 6.6-8

완전수 7에 못 미치는 6의 삼중 반복—곧 불완전과 가짜 완전의 극치를 뜻합니다. 고대의 수비학적 계산법(게마트리아, gematria)으로 666이‘네로 카이사르’와 연결되는 독해도 가능하다고 보되, 핵심은 ‘제국적 폭력의 실체가 가진 가짜 메시아적 권위’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행위 구원론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권위란 다름 아닌 내 안에 있어서, 내가 행해서 구원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그 기반이며 바로 하나님에 반역한 ‘사람의 생각’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것은 사람의 수니 그의 수는 육백육십육이니라 13.18

Takeaway

1세기 당시에는 로마와 황제 숭배에 대한 비판, 그리고 오늘날에는 국가, 시장, 이념, 리더가 절대적 충성을 요구할 때 그것을 분별하고 거부하라는 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짐승은 항상 다른 얼굴로 다시 나타나기에, 교회는 거짓 부활, 거짓 경배에 속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세력과 이데올로기의 집결체는 바로 인간 자체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용(사탄)–바다 짐승(제국 권력)–땅 짐승(거짓 예언/프로파간다)은 하나님–어린양–성령을 흉내 낸 모조 삼위일체입니다. 두 번째 짐승은 숭배를 조성하고 강제하는 ‘영성’의 겉모습으로 권력에 종교적 광채를 입힙니다.

이렇게 어지러운 시대에 (1세기나 지금이나) 성도는 ‘분별함(“지혜”)’으로써 이 체제를 꿰뚫어 보고, 거짓 경배와 충성의 표를 거부해야 마땅한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배제가 따른다해도, 진실한 예배와 인내의 증언으로 기꺼이 맞서며 감수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1. 요한 계시록 13장에서 나에게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2. 우리가 분별하고 거부해야 할 ‘짐승의 수’이자 ‘사람의 수’ 666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3. 요한계시록 12장을 읽은 후… 나에게 ‘분별’이란?

주님, 요한 계시록을 읽어갈수록 우리가 모른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모르는 중에도 과연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적에서 자녀로 옮겨주셨습니다. 또한 우리가 모르는 중에도, 아직 두려워하는 중에도, 앞서 가셔서 우리의 싸움을 이겨주셨으니, 아주 조금이나마 더 진실하고 담대하게 주를 그저 따라가게 하소서. 순간 순간 필요한 분별력을 주시고, 뜻하지 않게 은연 중에라도 하나님을 거부하는 편에 서지 않게 하소서. 주의 자녀이기에 빨리 돌이키고 돌아올 수 있게 하시는, 우리 이마와 손목과 심장에 말씀을 새겨주시는 아버지를 믿게 하소서. 아멘.

해피 써퍼 되세요 😊


참고 문헌 | Bibliography


Wright, N. T. Revelation for Everyone. Louisville, K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11.

Featured image: By Jean-Pierre Dalbéra from Paris, France – La tenture de l’Apocalypse (Angers)Uploaded by Markos90,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0845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