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의 귀환 | 룻 1:1-22 누가복음 1:46-55 구역 공과

Naomi entreating Ruth & Orpah by William Blake, 1795

2025.12.7 주일 설교 요약

나오미의 귀환은 “양식을 주셨다”는 현상보다 먼저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셨다, 권고하셨다”는 사실에 이끌린 움직임입니다. 이집트에서도, 바벨론에서도, 심지어 팔레스타인에서도 하나님께서 희망 없는 백성을 돌보시기위해 움직이신 권고하심입니다. 겉으로는 흉년을 피해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희망이 꺼진 절망과 죽음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방문이 먼저 임하셔서 나오미를 이끄신 것입니다. 나오미가 며느리들을 돌려보내려 했던 장면에서도 이 귀환이 기회 추구가 아니라 철저한 낙망과 죽음의 자리에서 시작됨이 드러납니다. 마리아의 노래에서처럼 믿음이란 인간의 낙관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우리를 불러내시는 하나님의 돌보심에 이끌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공통으로 사용하는 히브리 말이 “파카드”입니다. 권고하셨다! 조사하고 살피기 위해 찾아가 방문한다는 뜻이지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압수수색”입니다. 하나님께서 고향 베들레헴을 압수수색하셨다는 뜻이지요. 또 애굽에 사는 자기 백성을 돌아보기 위해 애굽을 압수수색하신 것입니다.

  1. 하나님께서 “돌아보심”이라고 번역된 ‘파카드’라는 히브리 단어는 ‘다니다, 세다, 생각하다, 방문하다, 돌보다’ 등의 방대한 뜻이 들어있는 단어입니다. 성경에 쓰인 컨텍스들을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돌보시기 위해 임재하셨다’ 라는 뜻에 가장 가깝습니다.
    상대가 또는 내가 별로 한 것이 없는데도 와서 또는 가서 함께 해 준 것만으로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는지 나누어 봅시다.

나오미의 귀환이란, 무너진 하늘 사이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또 가느다란 가능성을 붙잡고, 하루 하루를 견뎌 나가는 삶도 아니지요. 그녀의 귀환이란, 완전한 파산, 불가능, 절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이지요.
내 딸들아 그렇지 아니하니라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으므로 나는 너희로 말미암아 더욱 마음이 아프도다 하매. 그들이 소리를 높여 다시 울더니…” (13절)
나오미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나오미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 (20절)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으니라.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시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 너희가 어찌 나를 나오미라 부르느냐?” (21절)
그러니까,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무슨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명하시니까 고향으로 돌아가라! 그것이 살길이다”가 아니지요. 무덤으로 간다는 소립니다. 대신 거기에 한 가지 동행하는 것이 있다면, 여호와의 권고하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2. 본문 13절, 20절, 21절의 나오미의 말에서 그의 귀환이 희망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절망과 포기에 가까운 것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직은 웬만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태와 그것마저 할 수 없을 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또한 나의 희망을 좇아가는 것과 하나님의 돌아보심에 이끌리는 것은 어떻게 다릅니까?


이믿음이란, 우리가 나오미처럼 절망상태이고, 심지어 죽어있는 상태인데, 그래서 그 어떠한 희망도 가지지 못할 때에, 우리를 고향으로 불러내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유다 베들레헴에 오신 것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유다 베들레헴을 권고하셔서, 나오미로 하여금 그 소식에 염치불구하고 돌아갈 마음이 들게 하신 것입니다.

3. 나에게 ‘믿음’이란 무엇입니까? 나오미처럼 ‘타향에서 그 어떠한 희망도 가지지 못할 때에, 우리를 고향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하나님께서 베들레헴에 오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라는 정의를 나의 말로 다시 표현해 보세요. 우리가 실제로 추구하는 ‘믿음’은 이 정의와 어떤 점에서 어긋나거나 희석되나요?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 손으로 보내셨도다
그 종 이스라엘을 도우사 긍휼히 여기시고 기억하시되
우리 조상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영원히 하시리로다

누가 1: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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